진태의 손목시계와 돼지우리(막)

한국자치신문 | 기사입력 2024/11/24 [22:45]

진태의 손목시계와 돼지우리(막)

한국자치신문 | 입력 : 2024/11/24 [22:45]

▲ 그 시절


진태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군 생활에서 3년 동안 다져진 새벽 달리기를 준비한다. 

진태의 팔목에는 변함없이 손목시계가 채워져 있다. 진태는 시계를 쳐다본다. 시간은 아직 오전 6시를 가르키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시계는 진태가 군 생활에서 쥐꼬리보다 더 적은 봉급을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 8000원으로 청량리 전당포에서 산 시계였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시계였다. 

그놈의 PX에서 군것질하는 군대 동료들을 보면서도 꾹꾹 참고 참아서 애끼고 애낀 전 재산 8000원으로 산 시계였다.

그놈의 3년에서 불과 20여일 빠진 군대 생활이 무척이나 억울하기만 했다. 그러니까 만 36개월에서 20여일 빠진 35개월 10일 동안 조국 대한민국에 무보수 머슴살이를 마치고 얻은 보수에 댓가 였다. 

제대가 32개월로 조금씩 앞당겨질 때 그놈의 김신조랄 놈들이 청와대를 습격한다고 이북에서 삼팔선을 넘어 쳐들어 온 덕분에 다시 36개월로 4개월 가까이 더 군 생활이 연장되었다. 진태인생의 출발점도 4개월이 늦어진 것이다.

일각이 여삼추라고 하루하루가 애타게 기다려지는 시간에 4개월여의 군생활의 연장은 참으로 지옥 같았다 

갑자기 늘어난 군 생활을 견디고 나와서 시계바늘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듯이 진태도 하루 24시간을 시계바늘처럼 멈추지 않는 부지런함으로 생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청량리 전당포에서 군생활의 3년 머슴살이 댓가로 받은 전 재산 8000원으로 팔목에 채워진 시계였다.   

3월에 새벽바람은 아직 차겁기만 했다. 

집에서 나와 골목길을 한참을 달려서 산길 가파른 길을 달린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도 지치지도 지겹지도 않다 

그런데 군생활의 새벽구보는 진태의 인생에는 아무런 도움도 장래를 보장받는 것도 아닌 오직 조국을 위해서 봉사 하는 삶이어서 그런지 지겹기만 했다.

드디어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힐 때 쯤 다다른 산비탈 계곡에 이른 진태는 거침없이 빨가벗고 개울물에 뛰어든다. 

상쾌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다. 다시 한 번 맑은 개울물을 헤집고 헤엄을 친후 주섬주섬 옷을 주어입고 산길을 내려온다. 

집에 도착한 진태의 본격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진태가 돼지우리에 이르자 벌써부터 진태의 발소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돼지들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다. 

구시통에 사료를 퍼서 주고 꾸정물을 나누어준다. 동네에서 걷어 들인 꾸정물 이었다. 시큼한 꾸정물이 진태는 구수하기만 했다. 

한쪽에서부터 주기시작하면 끝트머리 쪽 돼지우리의 돼지는 더욱 목청을 높여 발악을 한다 그러한 돼지들의 악쓰는 소리가 진태는 즐겁기만 하다 이놈들은 진태의 미래의 희망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식탐을 부리는 돼지도 위에 80%가 차면 더 이상 식탐을 부리지 않는다는데 인간은 목구녁에서 음식물이 기어 나올 때까지 식탐을 부린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진태는 혼자서 빙그레 미소 지은다. 

진태의 일과는 돼지를 챙겨주는데서 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돼지막을 더 짓기 위해서 냇가에서 리야카로 모래를 실어와서 브로크를 찍어야 한다. 진태는 이러한 작업을 모두 손수해 냈었다. 

오늘도 진태는 돼지우리에 간다 습관적으로 간다 그 곳에는 텅빈 돼지우리가 진태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경오염이라고 이제 동네 안에서는 키울 수가 없게 되었다.

늙어빠진 진태는 대규모 농장을 운영할 수가 없다. 혈기 넘치던 그때를 회상하는 진태가 왠지 초라해 보인다. 

여전히 시계는 주름 잡힌 진태의 팔목에 채워져 있었다 고치고 고쳐서 지금까지 차고 있는 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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