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영식이가 고시를 패스해서 검사가 되고 결혼후 처음으로 올라가는 서울 상경기였다. 신혼 여행을 다녀와서 아들이 며느리와 시골 시댁을 댕겨 갈 줄 알았는데 가타부타 신혼여행 다녀왔다는 그 흔한 전화 한 통화 없이 3년째 지내 왔었다. 고시를 패스하고 검사로 임관하고 부자집 며느리를 맞이하고 시에미 영자의 3년 만의 서울 행이었다. 그것도 아들을 낳았다는 짤막한 며느리의 전화가 있어서였다. 동네에서는 부러운 시선으로 환송해 주었다 영자는 동네 사람들 앞에서는 짐짓 허세를 부리며 자식, 며느리 자랑을 늘어 놓치만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착잡하기도 했다. 영식이 아부지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그러니까 영식이 아부지가 돌아가신 것은 다 그놈의 영식이 뒷바라지 때문이었다. 영식이는 영식이 아부지의 꿈이었고 영식이 아부지의 삶의 보람이었다. 영식이에게는 바로 아래 영철이 동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춘자가 있다. 그러나 영식이 아부지는 영철이나 춘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영식이 동생 영철이도 영식이 때문에 소학교를 마치고 주저앉고 말았다. 춘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다 그놈의 영식이 때문이었다. 영식이 아부지는 제각지기로서 임가네 제각에서 주는 전답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임가네 문중에서는 제각을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는 제물을 마련하는 등으로 영식이 아부지에게 일부의 전답을 무료로 경작하게 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 외 전답은 소작으로 경작케하여 임가네 문중에 소작세를 내고 있다. 임가네 문중에는 영식이와 동갑네기 철수가 있었다 철수는 우연의 일치로 영식이와 소학교 동창이었고 더군다나 일학년 때 부터 계속 같은 반이었다. 영식이는 그게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다. 영식이는 철수 아부지가 자신의 아부지에게 하대하는 것처럼 철수도 은근히 영식이를 업수히 여기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영식이는 애써 받아주고 있었다. 반에서 일등은 언제나 영식이 몫이었다. 철수는 2등에서 5등 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그리고 반에서 학생들에게 인기는 언제나 영식이였다. “영식아, 이번 반장선거에 니가 포기해 줄수 없겠냐?” “...........” 영식이는 대답을 하지않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밤 철수 아부지가 임가네 제각에 들러서 영식이 아부지를 만나고 간후 영식이 아부지는 영식이에게 “소작 전답을 한푼도 받지 않을 탱게 영식이에게 반장 출마를 포기하도록 해주라고 않그냐” “아부지는 머라고 했소” “아따 아그들 일에 내가 머라고 하겄소, 그래 부러쎄” “와따 아부지 통도 크요 여덟 마지기 논을 공짜로 부리는 데 서운하지 않읍디까” “야 이놈아, 아까워서 죽는 줄 알았다” 영자는 열차안에서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영식이 아버지는 툇마루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더니 그날 밤 동네 주막에 나가 고주망태가 되어서 돌아왔다. “미친짓이지 네가 논 여덟마지기에 아들의 신세를 조질 수가 없지 암, 우리 아들은 판, 검사 시킬 텐게 두고 보라고잉” 그리고 그 다음 해에 영식이네는 임가네 제각에서 쫓겨났다. 그리나 영식이 아부지는 보란 듯이 자청해서 탄광행을 했다. 오직 영식이를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외지 탄광으로 떠난 것이다. 그리고 영식이가 고시에 합격하기 1년 전에 진폐증으로 사망했다. 용산역에서 내린 영자는 기다린다는 며느리가 오지 않아서 택시를 불러 타고 이것 저것 알뜰이 챙겨온 농사지은 것들을 가지고 기사의 도움으로 며느리 집을 찾아갔다. 아들 집은 으리으리한 대저택이었다. “이런 것들은 머하러 가져왔어요!” “............” “순희야 저것들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리거라” 왔냐는 인사도 없이 쌀쌀맞게 소리를 내지르고 문을 쾅 닫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정부 순희는 지가 어쩔 줄 몰라하며 미안해 했다. “그래, 시골 가난한 무지렁뱅이 아들이 아닌기여, 부자집 사위가 맞는기여” 말없이 며느리집을 나와 눈물을 흘리며 걷고 걷다가 눈물이 마를 때야 택시를 타고 용산역에 도착했다. 다음날 새벽에 고향역에 내린 영자는 그길로 남편의 묘소를 찾아갔다. “여보 당신 목숨과 바꾼 출세한 아들과 며느리덕에 호강하고 왔습니다. 그러니 저승에서 마음 편히 쉬십시오” <저작권자 ⓒ 한국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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