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으니 도둑열차를 타기로 작정했다. 열차승무원들은 일일이 차표를 검사했다. 영철이는 동창 인태와 승무원이 표를 검사해 오면 열차화장실에 숨어들어갔다. 승무원이 화장실 문을 노크하면 안에서 문을 두드리면 승무원을 피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열차기 서울역에 정차하려고 서서히 속력을 줄일 때 열차에서 힘껏 뛰어내렸다. 물론 성공적으로 뛰어내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서울은 역시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았다. 남산근처에 사는 이모 집을 찾아갔다. 반갑게 맞이 해주었지만 왠지 눈치가 보이고 그래서 이모집을 나와서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종일 찾아다니다가 금호동 가발공장하청업체에 납품을 하는 머리핀공장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말이 좋아 공장이지 가정집에서 영철이 처럼 그만 그만 시골에서 가출한 애들에게 일을 시키고 쥐꼬리만한 보수를 주면서 부려먹고 있었다.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야 했다. 그것도 빽이 라고 인태는 아는 친척이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가고 영철이는 혼자 외톨이가 되었다. 맨날 방구석에 앉아서 뻰치로 모형을 떠서 찍혀온 가발 핀을 다듬는 일 이었다 바깥출입이야 한 달에 두 번 쉬는 날 같은 공장에 공돌이들과 함께 어울려서 영화보러 극장에 가는 것이 재미라면 유일한 재미였다. 그러다가 같은 공장에 있는 자식과 시비가 있었다. 그 애는 집에서 출, 퇴근을 하는 서울 토박이였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들은 서울 말씨를 쓰면서 意氣揚揚(의기양양)하는 서울놈들에게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 금호동 산위에 공터에서 심야에 결투가 벌어졌다. 공돌이들이 주위에 빙둘러있고 촌놈과 서울놈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몇 차례 발길질과 주먹이 오갔다. 그런데 서울 놈이 하수구 맨홀에 빠져버렸다. 당시만 해도 멘홀 뚜껑이 없는 곳이 많았었다. 서울놈이 무방비 상태인 그 기회를 이용해서 놈을 패 줄수 있었음에도 사내답게 손을 잡아서 멘홀 밖으로 끌어 내주었다. 그러나 서울 놈은 이미 기가 빠져버렸다. 패색이 짙어지자 공돌이들이 영철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모두들 시골에 올라온 촌놈들이기에 은근히 영철이를 지지했다. 물론 그동안 자신은 집에서 출퇴근한다는 자부심으로 촌놈들을 은근히 업수이 여기기도 했다. 영철이는 일약 스타가 되었고 서울 놈은 그후로 공장에 나오지를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영철이도 공장을 그만두고 삼각지 봉제공장의 40여대의 미싱을 관리해주는 공장장 비슷한 자리를 얻었다. 말이 공장장이지 남자는 영철이 혼자이고 아침이 되면 여자들이 출근해서 일을 하고 저녁이면 퇴근을 하는 시스템이였다. 영철이는 이런 아줌마 미싱사들의 뒤처리를 해주는 일을 했다. 사장집 친척 가시나가 사장집에서 밥을 해주고 있었다. 영철이 또래 였다. 은근히 영철이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영철이는 애써 모른체 시치이를 떼고 있었다. 그리고 추석이 되었다. 영철이는 고향의 귀경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고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해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저작권자 ⓒ 한국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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