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철이의 총각시절 바람기

한국자치신문 | 기사입력 2024/05/13 [14:46]

영철이의 총각시절 바람기

한국자치신문 | 입력 : 2024/05/13 [14:46]

▲ 훈련병


영철이는 빡빡 깍은 대갈통을 거울에 비추어 보았다. 

초, 중, 고 학창시절을 제외하고 한껏 장발을 뽐내며 길었던 머리카락이 한순간에 바리깡에 의해서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더니 능수능란한 이발사 아저씨의 손 놀림에 순식간에 벌거벗은 민둥산이 되어버렸다. 

처녀들에게 멋지게 보이려고 장발에 폼으로 안경을 쓰고 처녀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개폼을 잡고 다녔다. 그런데 갑자기 땡땡이 스님이 되어버린 것이다.  

속으로는 이제 정말 군대에 가는 것인가 실감이 난다 그러나 애써 태연한 척 폼을 잡아본다. 이제 3년간 감옥살이나 다름없는 군대생활을 해야 한다. 부모 잘만난 덕에 이리저리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간 병역면제자들이 부러웠다.

입대를 한다고 하니 이 동네 저 동네 알고 지내는 처녀들이 송별회를 해준다고 했다. 물론 동네마다 알고 지내는 총각머슴애들을 통해서이다. 

송년회라고 해봐야 과자부스러기 털어놓고 둘러앉아서 손벽치며 돌아가면서 노래부르고 수건 돌리기가 고작이었다. 

거기다가 막걸리가 사이다나 콜라와 섞어 마시는 것이 송별회의 전부였다. 그리고 가장 클라이막스는 평소에 눈이 맞은 짝꿍끼리 지들만이 아는 은밀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둘이 가서는 무슨 짓을 하는지 지들 만이 아는 일이라 모두들 그렇고 그러니 할 뿐이다.  

송별회를 핑계로 연일 처녀총각들의 파티는 이어지고 있었다. 영철이는 주인공이었다. 내일 당장 군대에 끌려갈지라도 오늘 밤 만큼은 행복했다. 

이러한 날이 몇 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갑순이도 오늘 밤에는 아주 살갑게 대해주었다. 마치 사랑했던 연인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영철이 옆에 찰싹 붙어있었다. 그러면 갑순가 말은 안해도 평소에 나를 좋아했었나. 영철이가 그런 생각이 들게 송별회 내내 영철이 곁에 바싹 붙어 음료수도 딸아 주고 과자도 먹여주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영철이가 군에 입대한다고 서운하다고 불러주는 송별회파티에 흠뻑 빠져있을 때 결국 사단이나고 말았다. 

그렇고 그런 사이로 지내고 있던 명자 엄마가 명자를 앞세우고 영철이집으로 처들어온 것이었다. 그동안 명자는 몇 차례 결혼 승낙을 받으려고 영철이를 졸랐었다. 명자네에서 결혼을 서두르는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영철이가 군대에 간다고 하니 명자도 사실 걱정이었고 속이 타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라고 성화를 부리는 지 엄니에게 자초지종을 말해 버린 모양이었다. 

명자 입장에서는 엄니가 맞선을 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사귀는 총각이 있다고 자복해 버린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명자 엄니가 명자를 앞세우고 기어코 영철이 집에 와서 혼인을 강요한 것이다. 명자 엄니는 명자가 애인이 있다고 하니까? 당연히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찾아왔을 터이고 명자는 명자대로 영철이가 자기와 결혼할 사이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사귀었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철이에게 있었다. 그렇게 착한 명자를 놔두고 곁다리를 걸친 것이었다. 송별회를 하는 과정에서 서울서 내려온 미자라는 가스내가 함께 참석을 하게 되었다. 

한눈에 반할 정도로 배시시 웃는 미소에 영철이가 흠뻑 빠저버렀다. 그리고 그날 밤 둘이는 기어코 넘지 못할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명자가 애가 타드러가는 것이 그러한 소문을 한 입 건너 들었기 때문에 엄니를 앞세우고 서둘러 처들어 온 것 인줄 몰랐다. 

하였튼 영철이 엄니와 영철이는 그날 처자를 버려놨으니 책임을 지라는 명자 엄니의 세찬 항의에 그냥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영철이는 반백이 되어버린 명자를 바라보며 이제 머나먼 추억이 되어버린 총각시절의 소동을 반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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