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돌이는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스럽구나 생각이 들었다. 갑돌이가 갑순이와 百年佳約(백년가약)을 맺은 것은 채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 갑돌이는 갑순이 보다는 갑분이를 더 좋아했다. 그런데 정작 혼례는 갑순이 하고 치루고 말았다. 갑순이보다 갑분이가 얼굴도 더 갸름하고 치마폭에 감싸여있는 허리도 더 잘록해 보였으며 걸음을 걸을 때 치마폭에서 흔들거리는 엉덩이는 갑돌이 뿐만 아니라 이웃마을 남정네들의 입에 침을 질질 흘리게 했다. 그럴 때면 갑돌이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며 마음을 싱숭생숭 거리게 만들었다. 갑돌이는 갑분이는 지 껏 이닝께 갑분이 에게 머라고 했다. “갑분이 니는 남정네들 앞에서 엉덩이를 어지간히 흔들어 대거라 이웃 마을까지 소문이 자자하더라” “갑돌이 오라비는 그것 같고 어찌 그런 당가 남자 대장부가” “하두 말들이 많아서 안그런가” “볼성 사납게 남정네들은 머 땜세 기집애 걸어가는 엉덩이짝만 처다본당가?” “니가 하두 흔들어 대니게 그라제 갑순이는 아무 소문도 없드랑께” “그 년은 엉덩이가 쪼그만한께 흔들어 댈 것이 없응께 그라제” 그런디 엄니는 그런 갑분이 같은 기집년은 서방잡어 묵을 기집이라고 막무가내 아예 상종을 못하게 했다. 그 말을 들은 갑분이는 울고불고 했다. 갑돌이는 그런 갑분를 달래려고 밤이면 불러내어 보둠어 주었다. 그리고 끌어 앉을 때면 기집년이 어찌 그렇게 찰싹 달라 붙은지 온몸이 흥분으로 전율이 일어나고 머리는 몽롱해진다. 기집애들은 다 저런 당가 하였튼 갑돌이는 갑분이 에게 흐물흐물 넘어갔다. 그렇게 죽자 살자 하던 갑분이가 이웃 마을 돌쇠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들려 오기시작 했다. 그래서 갑분이를 야밤에 불러냈다. “니 는 돌쇠하고 먼 일이 있냐” “뭔 일이 있당가” “없으면 됐당께” “그런 재미없는 얘기하지 말잔께 난 오라비밖에 없당께” 그러고 뜨거운 입술을 드리민다. 갑돌이는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그냥 갑분이가 하는 대로 내맡겨두었다. 하였튼 기집애들은 모두가 저런가 갑돌이는 숨이 턱턱 막혀오고 정신이 몽롱해지고 온몸이 흥분으로 전율이 흘렀다. 그러던 갑분이가 이웃마을 돌쇠하고 혼례를 치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헛소문이 것지 하면서 웃어넘겼다. 그런데 그 소문이 사실로 들어나고 말았다. “갑분이 너는 돌쇠와 혼인하다면서 나를 감쪽 같이 속였냐?“ “갑돌이 오라비니 엄니가 나를 서방잡아 묵을 년이라고 싫다고 하닌께“ “그걸 말이라고 한단가 장가는 내가 가는 거여 언제 내가 니를 싫다고 했냐 괜히 엄니가 해본소리제” “그래도 우리집에서는 엄니나 아부지가 돌쇠네로가래” “그래 시집가서 잘 살아라” 갑돌이는 그날 처음으로 지독하게 술을 쳐마셨다. 그리고 오기 찜에 서방질한다고 갑분이가 시집가기가 바쁘게 갑순이에게 장가를 들었다. 그리고 첫날밤이었다. 자꾸 갑분이 얼굴만 떠올랐다. 그리고 은근히 갑분이처럼 갑순이도 색기가 있을 줄 알았다. “갑순아 너는 이제 내 색시랑께 머하고 있냐” “오라버니 난 부끄럽당께” 그런디 날이 갈수록 갑순이에게 장가 잘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갑돌이는 생각했다. <저작권자 ⓒ 한국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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