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철이는 순희의 그런 행동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순희는 폐병환자 같은 대학생에게 몸을 배시시 꼰다 영철이는 순희의 그런 마음을 배신이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순희의 변해 버린 마음은 아무래도 얼굴이 새하얗고 기생 오래비같이 생긴 대학생 때문이라고 어림 생각했다. 영철이가 보기에도 그 기생 오래비같이 생긴 대학생은 폐병환자처럼 얼굴이 핏기하나 없이 새하얗고 보기 좋아보였다. 햇볕에 얼굴이 시커멓게 타버린 영철이 자신이 보기에도 좀 그래보였다 그래서 영철이는 방에만 들어오면 그 놈의 거울 짝만 들어다 보았다. “얼굴만 뜯어먹고 사남” 푸념을 해보지만 영철이 자신이 보기에도 그 폐병환자 같은 대학생이 더 좋아보였다. “페병 환자 같은 놈이 머가 좋은 겨” 오늘은 이웃집 순돌이네 품앗이를 하러 가는 날 이었다 그런데 가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놈의 폐병환자 같은 대학생들이 남녀 합쳐 칠 팔 명이 순돌이 집으로 오기로 했다는 정보였다. “영철아, 내일 우리 집에 품앗이 오기로 하는 것 잊지 않았지” “그래 알어” “그란디 어쩐 다냐 그 얼굴이 하얗게 생긴 대학생도 온단다. 순희도 온다고 하는디 내가 보기에도 순희가 그 대학생한태 하는 것이 너무 그래 보여“ “멋을 그래보여야“ “아니 그러닌께 너무 잘해주는 것 같다 그 말이여” “너는 멋을 잘해주는 것 같다고 그런 다냐” 순돌이는 그런 영철이의 말대꾸를 보고 말을 얼버무린다. 한 마을에서 자란 영철이와 순희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서로 혼인할 사이로 점지해서 놀려댔던 것이 이제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영철이도 그러한 사실을 당연스럽게 인정해 버렸다. 사실 순희는 얼굴이 썩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배시시 웃는 모습이 애교 있어 보였다 그리고 붙임성이 좋아서 마을 어른들의 귀여움도 독차지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 순돌이 네 품앗이 안가고 멋 한다냐?“ “나 오늘 안 간 단께” “어디가 않 좋냐?” “아니랑께 아무 일도 없당께” 말을 걸어온 엄니께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거울 짝을 들여다본다. “그놈의 농활인가 먼가 얼른 끝나버리면 좋것네” “그놈의 대학생들은 공부나 하지 멋 땜세 농사 거들어준다고 기어내려 왔다냐 농사일도 잘 할줄 모르는 것들이” 보던 거울을 웃목으로 밀어 붙이고 뒤로 벌렁 드러누었다. “그까짓 기집년이 지 혼자라냐 가스나그들은 쎄고 쎄부러당께” 영철이는 괜히 혼자서 불어터져서 방안을 뒹굴었다. 다음날 동네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두 마을건너에 사는 기집년이 농활하는 대학생을 따라 집을 나갔다는 소문이었다. “순희 그년도 폐병환자 같은 대학생한태 베시시 몸을 꼬을 때부터 알아봤어” “영철아, 우리 마을 대학생들도 내일 떠난데” 순돌이가 일부러 찾아와 염장을 지르고 갔다. “머라고, 영철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애써 태연한척 갈테면 가라지 머” “그란디 저 새끼는 꼭두새벽부터 불난 집에 부채질 하고 댕긴다냐” 마을 사람들이 대학생들을 떠나보내느라 왁자지껄 소란스런 소리가 딩굴고 있는 방안에까지 들려왔다. 잠시 후 잠잠해지자 “영철아, 너 대학생들 배웅하는데 왜 안 나왔냐” 분명 순희 목소리였다 벌떡 일어난 영철이가 문을 박차고 나왔다 “순희 너 안갔냐” “내가 어디를 간다냐?” 순희가 몸을 배시시 꼬며 애교를 부린다 “저, 저것 좀 봐라” 영철이가 자신을 향해 몸을 꼬며 애교를 부리는 순희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진다. <저작권자 ⓒ 한국자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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